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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 - 강원도 산골 교회에서 세계를 품는 제자훈련

2019년 06월 피상열 목사_ 내설악교회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에서 못 살겠네…”

강원도 인제, 도저히 못살 것 같았던 산골인 내설악에서 사역한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다. 지난 시간 부족한 자였지만 목회하면서 정말 행복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성도들과 함께한 제자훈련이었다. 시골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하면서 감사가 넘치는 기억이 많다.


역대급 제자훈련생, 진부리 사형제의 죽어도 함께! 살아도 함께!

산골 교회에서 제자훈련생을 모집하면 역대급 훈련생들이 지원을 한다. 교회가 있는 용대리에서 20여 분 정도 떨어진 진부리에서 출석하는 성도들 가운데 양육 과정을 마친 네 분이 훈련에 지원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독수리 오형제가 아닌 ‘진부리 사형제’라고 부른다. 50대가 1명, 60대가 2명, 70대는 1명이었고, 그중에는 암 투병 중에 있는 집사님 한 분과 어릴 적 기차 사고로 인해 오랜 세월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분이 있었다.

아무리 시골 교회 제자훈련이라지만 도저히 훈련을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심 이분들이 스스로 포기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수많은 과제와 성구 암송을 강조하며 다가올 제자훈련이 공포 분위기일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내 작전은 실패했다. 훈련을 지원한 이들은 이미 하나가 돼 있었다. 제자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겠다고 다짐했다. 생각지 못한 이들의 강력한 하나 됨에 훈련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그래 한번 해 보자.”

훈련의 시작은 너무 좋았다. 이렇게만 하면 무사히 수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커져 갔다. 하지만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항상 중간에 위기가 찾아온다. 훈련생 가운데 암 환자 집사님은 수시로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했고, 만성 통증을 앓고 있는 집사님은 주기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셨다.

‘죽어도 함께! 살아도 함께!’라는 강력한 하나 됨은 한 사람이 빠지게 되면 모두가 함께 쉬게 되는 강력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생각지 못한 방학이 수시로 찾아왔다.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 이러다 진짜 영원히 방학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진정한 훈련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갈수록 커져 갔다.

그러던 중 제자훈련 교회 탐방 차 대전새중앙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담임목사이신 이기혁 목사님이 제자훈련 사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특별히 은혜가 된 것은 남자 제자반을 수료시키기 위해 2년 가까이 씨름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오랜 시간 제자훈련 사역을 감당해 온 베테랑 목사님에게도 이런 어려움들이 있구나!’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다. 현장에 맞게 융통성 있게, 그리고 제자훈련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훈련생들을 격려하며 포기하지 않을 때 훈련을 지속할 수 있다.


산골 제자훈련은 현장에 맞고 융통성 있게

제자훈련을 할 때마다 결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은혜인 70대 성도님에게서 훈련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변화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이 아픈 훈련생들은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과 싸워 가며 훈련받다 죽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열심히 참석했다. 눈물겨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느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하나님께 이런 고백을 드렸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좀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사모함으로 이 훈련의 자리에 함께함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감사하게도 진부리 사형제는 무사히 제자훈련을 수료했다.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였다. 할렐루야!

개인적으로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진행할 때 갖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시골 교회 특성상 누구든지 원하면 제자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제자훈련 과정은 가급적 정석대로 진행하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한다.

독서과제의 경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소책자와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읽고 느낀 점들을 나누도록 했다. 반면, 말씀 암송은 철저하게 했다. 왜냐하면 말씀을 암송하면서 말씀의 은혜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았고, 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나이 든 분들이 더 열심히 하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성구를 10번 적어 오는 것으로 암송을 대신하기도 했다.

교재는 귀납적으로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어려운 문제들은 강의식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2주에 걸쳐 한 과를 다루기도 했다. 나는 훈련생들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에 순종했다.


제자훈련의 도전을 선교의 동력으로

제자훈련을 하면서 늘 갖게 되는 도전은 훈련이 훈련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설악교회는 제자훈련의 동력이 자연스럽게 ‘선교’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혼을 살리고 구원하는 일이야말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역 초기에는 미자립 교회라는 어려운 환경만을 바라보며 낙심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도 가운데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하셨다. 가난한 교회, 미자립 교회 등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일 뿐이다.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다. 미자립 교회도 하나님의 교회고, 시골 교회도 하나님의 교회다. 그러므로 내설악교회는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교회라는 믿음을 고백하고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하셨다.

그것은 바로 지역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축복하고, 창문 지역의 선교를 위해 중보기도 하는 기도 사역이다. 물질로 하는 선교가 아니라 ‘기도로 하는 선교’를 시작했다. 기도 사역을 시작한 지 1년 후 하나님께서 물질을 심으라는 도전을 주셔서 목장 소그룹 모임의 헌금을 선교를 위해 구별해 드리고 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이 작은 순종을 참 기뻐하셨던 것 같다. 당장 목회자 사례비를 걱정해야 하는 교회가 선교라니,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교회로 하여금 이 놀라운 일들을 감당하게 하셨다.


산골 교회 속 세계 선교 비전의 열매들

내설악교회는 지금도 재정의 보릿고개가 있다. 언젠가 교회 재정이 너무 어려워 사례비가 몇 달치 밀린 적이 있었다. 물론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하나님께서 내 마음 가운데 찾아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 이래도 선교할 거니?”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시간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것은 배고픔이 아니었다. 물질적인 어려움도 아니었다.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누군가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비참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하나님께 이렇게 대답했다.

“네 하겠습니다. 하나님. 누군가 헌신해야 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선교는 그저 남들이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지금은 교회 안에 세계 선교 비전의 열매들이 무럭무럭 자라 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성도들의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들이 하나님 나라와 선교로 바뀌고 영적으로 부유한 자가 돼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역반을 하고 있는 최 권사님은 “처음에는 내 사업을 위해서 선교헌금을 시작했는데, 하나님께서 중간에 마음을 바꿔 주셔서 이제는 선교야말로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임을 깨닫고 더욱 기쁜 마음으로 선교헌금을 드리고 있다”라고 고백한다.


끝으로, 부족하지만 20년 가까이 강원도 산골의 시골 교회를 섬기면서 묵묵히 헌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다. 그것은 바로 민족과 세계를 품고 축복하는 ‘복의 근원이 되는 교회’라는 비전과, 한 영혼을 주님의 제자로 세우는 제자훈련 목회 철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목회 후반전도 ‘한 영혼’을 품고 전진하고자 한다. 하나님께서 베푸실 은혜와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기대한다.



피상열 목사는 서울중앙신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울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산골 교회인 내설악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제자훈련 사역을 하고 있다.



Vol.236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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