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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숙제

훈련생들의 친밀감을 높이는 여름 방학 조별 모임

2014년 07월 박봉만 목사_ 경산 은혜로교회

공부할 줄 아는 학생은 방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마음껏 신나게 놀 수 있는 방학이라지만, 그는 방학을 공부에 있어 절호의 기회로 알고 기다린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부분을 보충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여러 곳을 다니며 조사를 하기도 하고, 또 학원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워 오기도 한다.
제자훈련도 마찬가지다. 더운 여름 나기를 위한 방학이지만, 훈련생들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살펴보면, 훈련을 잘 받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훈련이 자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줬다면 스스로 훈련을 즐기게 된다.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새벽기도를 나온다든지, 읽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제자훈련 추천 도서들을 몽땅 읽어오기도 한다. 심지어 그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성경공부를 해 오거나 성경세미나에 참가하면서 배운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온다든지, 혹은 스스로 중보기도부서에 들어가 더 깊은 기도생활로 여름철을 보내고 오기도 한다. 이런 황홀한 모습들을 훈련생들이 보여 준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러나 내 부족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훈련생들이 훈련 몇 달 만에 이런 모습으로 거듭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내준 여름 방학 과제만이라도 충실히 해 오면 다행이겠지만, 그것조차 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훈련이 힘들었으면 어떤 훈련생들은 아예 제자훈련 교재 한번 거들떠보지 않고 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새벽기도는커녕 주일예배조차 공공연히 빠지는 훈련생, 과제마저 철저히 내려놓음(?)을 실천하는 훈련생이 꼭 한두 명씩 있다. 제자훈련의 목표를 ‘자기 주도적인 신앙’이라고 했을 때, 이런 훈련생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인도자의 마음은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동료 멘토링으로서의 조별 모임
이런 여름 방학의 고뇌를 속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꼽으라면, 나는 어김없이 ‘훈련생들끼리의 조별 모임’을 강조한다. 조별 모임은 단순히 서로가 좋아서 모이는 친교 그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방학 동안 훈련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도록 해 주면서, 훈련생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자나 인도자가 돼주는 훌륭한 ‘동료 멘토링(Peer mentoring)’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별 활동은 나중에 제자훈련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
방학 동안 혼자서 영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일종의 오만일 수 있다. 제자훈련 자체가 소그룹의 역동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방학 기간에도 훈련생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숙제 같지 않은 조별 숙제
그렇다면 어떻게 조별 모임을 하게 할까? 우선, 조별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조별 활동 자체가 자연스럽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훈련에 활력을 충전하는 시간이 방학이라고 한다면, 모임과 교제가 짐이나 부담이 아닌,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훈련생들이 모임 자체를 의무적인 과제로 생각한다면 다소 딱딱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모이고 교제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되, 과제도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접근하게 해야 풍성한 방학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조별 모임이 설령 일반과제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생활숙제로서의 조별 모임은 최대한 숙제 같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부담이 없어야 하고, 수행하기 쉬운 것일수록,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일수록 조별 모임은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조별로 돈을 만 원씩 주고 그것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할 방법들을 찾아보도록 해 보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둘째, 조 편성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방학이 됐다고 갑작스럽게 조를 편성하는 것은 아무리 반년 동안 훈련을 함께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따라서 방학 한두 달 전이나 아예 훈련 초기부터 조를 편성함으로써 조별 활동 자체가 상당 부분 자연스러워져 있어야 한다. 만일, 부득이하게 방학을 맞이하면서 조 편성을 하게 됐다면, 방학 초기에는 조원들끼리 가볍고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모임보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 독려
또한 아무리 조별 모임이 자연스럽더라도, 훈련생들이 이 조별 모임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으로 가볍게 대하게 해서는 안된다. 인도자를 떠나, 처음으로 훈련생들끼리만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이 모임을 소홀하게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별 모임은 교회 내 소그룹 활동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형성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여겨져서는 안 된다. 조별 모임을 느슨하게 대할수록 나중에 교회 내 소그룹 활동에 대해서도 충분히 느슨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그래서 나는 아예 이 조별 모임의 활동이 사역훈련의 선발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준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모임보다 폐쇄형 SNS(밴드, 쏠 그룹, 카카오 그룹 등)를 통해 조별 모임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제자훈련 기간에는 가능한 온라인 활동을 자제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대적 흐름이기는 하지만, 이런 온라인 활동들이 오히려 모이기를 폐하게 만들거나 실제로 만남을 귀찮게 여기도록 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점검해 볼 일이다.


아름다운 제자도 실천을 위한 조별 모임
그러면 어떤 조별 활동들이 있을까? 내가 주로 제시하는 것은, 방학 동안 ‘아름다운 제자도’라는 주제로 조별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배웠던 제자도를 실천할 수 있는 조별 봉사활동(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 지원활동, 농활, 혹은 외부 봉사단체 지원 포함), 국내 선교지 및 미자립 교회 탐방(단기선교 포함), 조별 독서 여행, 한가족 나들이, 1박 2일 엠티, 조별 버킷리스트 완수하기, 방학 중 교회 경조사 참여단 활동 등 다양한 주제를 내준다. 그중에서 조원들의 형편이나 믿음의 수준에 맞춰 한 가지를 선택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이런 모임은 ‘쉼과 회복’을 주는 것은 물론, 하반기 훈련을 위한 중요한 활력을 제공하게 된다.
한번은 방학이 되면서 조별끼리 ‘주말 독서 여행’을 다녀오게 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일일 여행을 떠나도록 한 것이다. 책은 방학 중 필독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조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도 있다. 평소 책을 잘 읽는 훈련생들이라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필독서를 선택하도록 해 책 읽기 자체를 서로 격려하도록 했다.
얼핏 진부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니 자율적인 독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어떤 조는 시원한 도서관에 모여서 함께 반나절 동안 책을 읽어오는가 하면, 어떤 조는 두어 시간 거리를 열차타고 여행을 갔다 오기도 하고, 어떤 조는 선교지 탐방과 연결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함께 쌓으면 제자훈련은 저절로 탄력을 받는다.


조별 모임의 결과에 따라 시상
방학이 끝날 즈음 전체 모임 시간에 조별 과제 발표 시간을 갖게 되는데, 과제 발표는 단순히 행사 결과만을 보고하지 않는다. 그동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기록해 보고하도록 한다. 행사를 어떤 마음으로 기획하게 됐는지, 또 그 일을 위해 어떤 기도제목을 나눴는지, 과정 중에서 어떤 어려움이나 갈등이 있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 준비 과정들도 낱낱이 보고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훈련생들은 일의 결과보다도 과정을 통해서 제자도를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나눔은 실제 삶을 나누는 훈련교재 3과를 진행하는 데에서 수시로 훌륭한 나눔 소재로 다뤄지기도 한다. 조별 활동 결과에 따라 시상도 병행한다. 막연히 가장 모임을 잘 가진 조를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포토제닉상, 친교 중심조), ‘아름다운’(은혜 중심조), ‘선한’(선한 사마리아상, 봉사 활동조), ‘훌륭한’(제자도상, 훈련 중심조) 등 분야별로 나눠서 시상하고 골고루 격려해 준다.
여름 방학은 훈련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제자훈련 3권은 주로 ‘생활’ 편이므로 가능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별 모임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훈련생들의 친밀감을 더 깊게 만드는 일도 하반기 나눔을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방학 동안 훈련생들끼리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남은 훈련도 더욱 깊고 풍성한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학은 최상의 훈련 시간이다.


생활숙제 간증문


독서 여행으로 서로를 읽다
- 김종선·김태영·배은진·허보영 집사(경산 은혜로교회)


그동안 훈련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방학을 하면서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갖고 시간 맞춰 모였습니다. 솔직히 훈련받을 때에는 억지로 모임에 나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학 중 우리끼리의 조별 모임을 제대로 가질 수 있을지 살짝 염려도 됐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얕은 믿음으로는 도저히 아버지의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맡기고 나갔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정말 살아 계심을 느낍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하나님께서 우리 조와 함께해 주셨다는 느낌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우리 조는 독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지만, 적당히 돌아오는 기차 시간에 맞춰 떠났습니다. 책은 필립 얀시의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로 골랐습니다. 책 제목이 이상했지만, 목사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라 믿고 모두 한 권씩 사서 열차에 올랐습니다.
처음 열차에 올랐을 때, 우리는 정말 신이 났습니다.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에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주섬주섬 싸들고 온 먹거리를 나누면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차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훈련 중에 서로를 다듬어 주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됐고, 어느새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는 여행이 됐습니다. 사실, 책을 읽으려고 떠났지만, 이야기를 나누느라 책 읽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독서 여행 이후, 우리 조는 매주 모임을 갖게 됐습니다. 모임을 가질수록 모임을 사모하게 되고, 모임이 끝난 뒤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전보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어떻게 주 안에서 사랑해야 하는지 방학 동안 절실히 배운 것 같습니다.
처음 목사님이 독서 여행 조별 숙제를 주셨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목사님의 의도를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번 독서 여행을 통해 우리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모이게 하시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상 속에서의 간증을 하게 하셨으며, 서로를 보고 웃게 하시고, 마음의 문을 더 열게 하셨습니다. 힘들었던 것들, 아파했던 것들, 사랑받았던 것들, 아버지께서 간섭하신 모든 것들을 나누게 하시고, 지금도 살아 계셔서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며 역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우리의 하나 된 입술로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이 모든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봉만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M.Div.) 졸업 후에 미국 사우스웨스턴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교육학 석사(MACE), 교육 목회학 박사과정(D.Edmin)을 수료했다.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 후, 현재 경산 은혜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Vol.182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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