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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설교자

“설교는 영원한 이국(異國)의 언어다”- 김남준 목사(열린교회)

2017년 10월 우은진 편집장

김남준 목사는 안양대학교의 전신인 대한신학교 신학과를 야학으로 마치고, 총신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신학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안양대학교와 현 백석대학교에서 전임 강사와 조교수를 지냈다. 1993년 열린교회를 개척해 담임하고 있으며,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과 조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영국 청교도들의 설교와 목회 사역의 모본을 따르고자 노력해 왔으며,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보편 교회의 신학과 칼빈, 오웬, 조나단 에드워즈와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 신학에 천착하면서, 조국 교회에 신학적 깊이가 있는 개혁 교회 목회가 뿌리내리기를 갈망하며 섬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기독교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 『마음지킴(거룩한 삶의 실천을 위한)』, 『죄와 은혜의 지배』, 『가족(가슴 시리도록… 그립다)』를 비롯해 『구원과 하나님의 계획』, 『게으름』, 『설교자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 『가상칠언』, 『깊이 읽는 주기도문』,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해왔다』 등 다수가 있다.






일 시 2017년 9월 13일(수)
장 소 열린교회 연구실 및 서재, 아우구스티누스가든
인 도 김지혁 목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설교학)
정 리 우은진 편집장(월간 <디사이플>)



<디사이플>은 2017년 ‘설교와 설교자’ 코너를 통해 매월 한국 교회의 존경받는 원로 목회자를 비롯해 자신만의 설교 특징을 가진 목회자를 만나 그에게 설교란 무엇이며, 설교 준비 과정과 설교의 영향력 등에 대한 담론을 듣고 있다. 그 아홉 번째 시간으로 청교도적 설교로 한국 교회에 깊이 있는 신학적 목회가 뿌리내리도록 많은 책을 저술한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를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설교학과 김지혁 교수가 만났다. 최근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해왔다』라는 책을 통해 또 한번 한국 교회와 신학생들에게 그만의 신학적 깊이와 지성의 향연을 전했던 김남준 목사는 요즘 후배 목회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설교자이기도 하다.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해왔다2』 집필을 위해 연구실 가득 쌓인 각 분야의 책들 사이로, 그가 읽은 책들을 모아 만든 웅장한 규모의 서재를 지나며, 가장 존경한다는 신학자 아우구스티구스의 이름을 딴 아우구스티누스가든에서 김남준 목사만의 신학과 설교, 지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지혁 목사 목사님에게 설교란 무엇이며, 설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김남준 목사 22년 전 어떤 기자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설교는 한 사발의 피’라고 생각한다. 설교자에게 설교는 하나님의 진리를 피처럼 흘러나오도록 하는 토혈과 같다는 점에서 설교를 종종 한 사발의 피로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설교의 방식이지 본질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설교는 하나님께서 이 세계를 향해 갖고 계신 진리를 성경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청중으로 하여금 내가 누구이고, 세계는 무엇이며, 이웃은 누구인가를 가르쳐 주고, 성도들이 그 경륜을 이루며 살도록 돕는 게 설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다. 내 나이 14세 2개월 되던 어느 날, 교회 가는 길에 논둑을 걷다가 목 놓아 울었다. 한참 동안 울고 난 후 나는 눈물을 닦으며 무신론자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당시에 내가 그랬듯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세계는 어떤 의미가 있나, 신은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교회를 통해 제시받지 못하고 있다.

김지혁 목사 목사님께서는 오늘날 한국 교회 강단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요?
김남준 목사 앞서 말한 인간과 하나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조국 교회 강단의 설교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날 한국 교회 강단은 생각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부분이 약하다. 설교자에게 설교라는 수단을 주신 것은 중생과 회심을 통해 새로운 인생관과 세계관, 우주관을 심어 주기 위함이다. 이런 내용은 설교의 뼈대와 같은 주제다. 물론 설교자가 어떻게 이 뼈대에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어떤 성도는 체험적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체험이 그 사람을 온전히 변화시키기는 힘들다. 오히려 기독교의 힘은 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상의 힘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윤리의 힘에 있다. 사상은 지성이고, 윤리는 의지이다. 이 둘을 묶는 게 하나님의 은혜다. 설교자는 이 둘을 연결해 주도록 부름받은 사람이다.

김지혁 목사 설교가 ‘한 사발의 피’라면, 설교자는 강단에서 마치 피를 토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말씀을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설교자들은 그런 측면이 많이 취약한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남준 목사 일단 설교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가 확립돼야 한다. 설교자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피 뿌리고 죽어 간 선지자들과 신약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한 사도들의 후예다. 설교자는 먼저 설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내적 이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과 같이 다메섹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복음의 진리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 ‘거룩한 강제력’ 혹은 ‘내적 숙명’과 같은 소명이 있어야 한다. 사도 바울에게는 다메섹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두 가지 편견이 있었다. 예수가 메시아일 리 없다는 생각과 이방인은 쓰레기라는 점이다. 이런 바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은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은 저주받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이 두 가지가 바울의 내면에서 충돌했고, 모순같이 여겨졌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이유가 그분 자신 때문이 아니라, 죄 많은 우리 때문이라는 한 줄기 빛이 바울의 지성을 찢고 들어왔다.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타락한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며 부활하셨다. 그리고 교회를 세우시고 온 세계를 창조하신 것을 알게 됐다. 바울은 이 사실에 감격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됐고, 그 사랑에 매여 이방인을 사랑하게 됐다. 사도들이 피를 토하며 설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 설교가 약화된 가장 큰 이유는 설교자가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신학적으로 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탁월하심에 대해 영적 체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교가 약화된 것이다. 또한 설교자들에게 사상과 학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만난 그리스도가 위대한지, 바울이 만난 그리스도가 위대한지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러나 로마서, 에베소서, 골로새서는 바울에 의해 기록됐다. 이는 신학에 있어서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김지혁 목사 오늘날의 설교가 많이 약화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는 타당하며 유효하고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교자가 설교 사역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남준 목사 내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참된 예배자였던 적이 없는 예배 인도자, 좋은 청중이었던 적이 없는 설교자, 열렬한 기도자였던 적이 없는 기도회 인도자가 그런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설교자의 치열한 노력 없이는 좋은 설교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 설교는 설교자의 내적 동기에서 솟아나야 한다. 헬무트 틸리케의 지적처럼 설교자가 일주일 동안 말씀대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할 때 주일의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증언이 될 수 있다. 설교자는 인생 자체가 자신이 깨뜨려지는 설교 준비의 과정이 돼야 한다.

김지혁 목사 그럼 좋은 설교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남준 목사 나는 스승이 없는 목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변호사 출신이자 국제 OMF의 총 책임자였던 데니스 레인 목사는 뛰어난 성경강해자로, 그가 1980년대 한국에서 강의하면 수천 명이 모일 정도였다. 그의 강해 중 에스겔 강해는 정말 대단했다. 누군가 데니스 레인을 만나 탁월한 설교자가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나는 회심한 이후 설교답지 않은 설교는 듣지 않고 자랐습니다.” 그는 로이드 존스와 제임스 패커의 설교를 들으면서 성장했다. 좋은 설교자가 되는 이상적인 방법은 훌륭한 설교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하나님을 지속적으로 만나 내가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거기에 성경 연구와 탐구를 걸쳐 설교자로 자라나는 것이다. 설교자가 좋은 스승의 설교를 본받고, 좋은 설교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말씀 앞에 깨어지는 과정을 통해 좋은 설교자가 돼가는 것이다.

김지혁 목사 한국 교회 강단이 약화되고, 좋은 설교가 나오지 못한 이유 중에는 훌륭한 설교 멘토가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남준 목사 그러면 내게는 훌륭한 설교자 멘토가 있었겠는가 하고 되묻고 싶다. 21세에 회심하고, 27세에 신학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6년 동안 열심히 몇 교회에서 설교를 들었으나, 내 가슴을 울리는 설교를 들은 적은 없었다. 신학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채플시간에 고(故) 김희보 목사님(전 총신대학교 학장)이나 박희천 목사님(내수동교회 원로목사)의 설교를 듣고 눈물을 흘린 기억이 유일하다. 나는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에게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다. 만약 현재 스승을 찾기 힘들면, 죽은 사람 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는 존 칼빈, 존 오웬, 조나단 에드워즈,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자들을 스승으로 만났다. 나는 그들의 많은 저작들을 탐독하면서 신앙과 삶, 그리고 설교가 어떻게 하나로 묶여 있는지를 발견했다. 위대한 스승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저작들, 특히 설교문에는 엄청난 보화가 있었다. 나는 그들의 설교를 거의 모두 정리하면서 들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그 설교 속에 담긴 신앙과 신학, 성령의 지식들은 내 사상 속에 차곡차곡 누적돼 갔다. 17세기 존 오웬의 전집도 거의 다 정독했다. 사실, 그의 설교는 읽기가 힘들었다. 4세기가 넘는 세월의 간격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영어 표현도 매우 어려워서 처음에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달려도 15~20페이지밖에 못 읽었다. 그러나 그 후로 꾸준히 읽으면서 그의 깊이 있는 신학을 이해하게 됐다. 그 내용이 매우 깊이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청교도들의 경험신학과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의 웅장한 사상적 구도를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 그의 논문과 다른 신학적 저술들을 읽으며 그의 설교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졌고, 또 설교를 잘 이해함으로 그의 미세한 신학적 논쟁에서 지향하는 실천적 적용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나에게 영향을 미쳤던 조나단 에드워즈도 마찬가지다. 나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전집을 정독하며, 유장한 사상을 섭렵할 수 있었다. 그의 저술은 물론 설교를 읽는 일에도 공을 들였는데, 그의 신학과 설교는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우주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청교도들의 후예답게 치열한 삶의 적용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나의 설교에 많은 가르침을 줬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하나님 사랑의 신학을 가르쳐 준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였다. 그의 설교는 알레고리컬한 설교 방식을 따랐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가치가 없는 것처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의 다른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저작들과 함께 설교를 읽었을 때 나는 매우 큰 유익을 얻었다. 근대와 현대의 많은 신학자와 설교자들이 강이나 개울이라면 아우구스티누스는 내게 끝없는 바다였다. 또한 요한 크리소스톰과 칼빈 등의 설교를 읽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는 이러한 탐구의 과정을 통해 설교에 대해 눈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김지혁 목사 목사님의 설교 스타일도 많이 변하신 것 같은데, 초기에는 설교 톤도 하이톤으로 시작하시고, 설교 스피치의 속도와 정보 전달력도 빠르며, 설교 시간도 길기로 악명이 높으셨던 것으로 압니다. 스스로 설교자로서 변화된 모습을 소개해 주십시오.
김남준 목사 최장 시간 설교한 것은 시편 23편 5절을 4시간 15분 동안 설교한 것이다. 설교 사역 초기에는 열정이 강해서인지 주일마다 꽤 긴 설교를 했다. 평균 90분에서 100분 정도 설교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크며 설교의 톤이 높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신학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절제를 배우게 됐다. 무엇보다도 한 번의 설교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의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설교에 있어서 주체할 수 없는 열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성품임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설교의 템포도 그리 빠르지 않고 목청을 높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으며, 설교 시간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50분에서 70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때에 비해 지금의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지혁 목사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 준비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며 가능하면 벗어 버리고 싶은 무거운 짐이라고 말하는데, 목사님은 설교를 준비하고 실제로 설교하실 때 얼마나 행복하신지 궁금합니다.
김남준 목사 내가 『자기 깨어짐』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 적이 있다. “목회가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료, 선배들이 존경스럽다”고 말이다. 목회를 하다 보면 왜 기쁨과 보람의 순간이 없겠는가?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게 설교는 영원한 ‘이국(異國)의 언어’이고, 목회는 ‘원치 않는 가슴앓이’이다. 설교가 영원한 이국의 언어라는 것은 설교자인 내가 설교를 통해 깨지고 성화가 되면서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빌 3:12a)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목회가 원치 않는 가슴앓이라는 것은 나도 설교자이기 전에 한 마리 양으로서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빌 3:12b). 설교자는 설교의 결과로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설교하기까지 살아온 삶의 준비로써 상을 받는다. 누군가 나에게 목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싶다. “목회는 마음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다. 한 설교자의 짧은 설교가 많은 청중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는 울림이 있기까지, 그는 가혹하리만치 긴 세월 동안 자신이 설교하는 성경 본문을 땀과 눈물과 피로써 물들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설교는 선혈(鮮血)로 응고된 진리의 증언이다.” 나는 한순간도 내가 목회나 설교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나의 교만이 만든 생각이지 사실이 아니다.

김지혁 목사 설교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김남준 목사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설교자는 설교자이기 전에 참된 신자가 되기를 열망해야 하고, 참된 신자가 되기 위한 열망은 참된 사람이 되려는 동기에서 비롯돼야 한다. 설교는 진리에 대한 증언이고, 진리는 하나님 자신이다. 그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로 증거됐다. 따라서 진리에 대한 사랑은 곧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다. 왜냐하면 이 세계 온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위대한 경륜이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됐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21장은 사복음서의 부록이다. 실패자인 제자들이 어떻게 예루살렘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부록이다.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질문하셨다. 설교에 대한 사랑이나 교회 성장의 비전이 설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신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인격이다. 내게 이런 사실을 가르쳐 준 스승이 바로 아우구스티누스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의 저자가 천재라고 생각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유일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나로 하여금 인간의 위대한 지성 앞에 무릎을 꿇게 했다.

김지혁 목사 설교자로서 목사님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고, 혹시 약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남준 목사 나는 설교자로서 강점보다는 약점과 단점을 훨씬 많이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 의하면 내 설교의 특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들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살면서 경험한 많은 시련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2년 동안 학교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나라의 학교 교육이 내게는 맞지 않았다. 14세 때 무신론자로 살 것을 결심한 이후, 문학 속에서 구원의 길을 찾고 싶어 했고, 나의 고민에 공감하는 저자들을 많이 만나 위로를 받기도 했다. 물론 문학 속에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은 있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과정들을 통해 그리고 나의 아픈 인생의 이력들을 통해 인간을 깊이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김지혁 목사 목사님께서는 독서를 좋아하시고, 또 서재에도 많은 책을 소장하고 계십니다. 설교자들이 설교 공부를 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조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남준 목사 설교자는 기본적으로 신학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성경, 역사, 교리, 실천 등 네 가지 분야가 잘 정립돼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성경은 그 중심이 돼야 하고, 성경을 중심으로 모든 지식이 확장돼야 한다. 자기 이야기만 하고,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하지 못하면 설교가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이기 쉽다. 기본적으로 신학 공부를 하면서 신앙고백을 구체화하고, 철학을 공부하며 논리를 세우는 훈련을 하며,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공유하고 그 해답을 끝내 예수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설교자가 인문학 공부를 등한시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좋은 주석책과 탁월한 교리 교과서들, 그리고 교회 역사에 관한 책과 설교와 목회 실천에 관한 책들도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것들이다.

김지혁 목사 본문 선택에서부터 한 편의 설교문이 나오기까지의 목사님의 설교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남준 목사 내 설교의 토대는 성경 읽기다. 큐티는 성경을 읽으며 본문이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보는 것이지만, 설교 준비를 위해 읽는 성경은 좀 다르다. 나는 이것을 ‘신학적 성경 읽기’라고 부른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항상 내 옆에는 성경읽기 노트가 있다. 사실 기독교 전통을 떠올리면 성경 읽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내 설교 준비의 시작은 성경 읽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성경 읽기 작업은 설교 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나 자신의 영혼을 위한 것이다. 하루에 몇 장 이상을 읽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통독을 위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하는 성경 읽기는 정독이다. 본문을 읽으며 감동이 오면 그 부분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으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감동이 오면 그 속에서 석의(釋義)와 주해, 교훈들을 찾아낸다. 이때 원어 성경의 본문, 다른 사본, 사전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깨달은 바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한다. 때로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 후에 주석들을 참조한다. 필요하면 논문도 본다. 주석도 가능하면 어느 한 주석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권을 본다. 그리고 성경 해석, 믿음의 규칙, 생활의 교훈 등 꼼꼼히 적어서 정리한다. 이러한 준비는 후일 설교할 때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설교집을 읽고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기성복을 사는 것이라면, 이러한 신학적 성경 읽기는 옷감을 짜고 염색을 해서 직접 옷을 만드는 것이다. 기성복을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장인의 작품은 공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설교는 성경의 중요한 장을 정해서 10~35주씩 연속적으로 설교하거나, 단락을 정해서 한다. 혹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집중해 10~30주씩 설교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설교는 은혜와 감동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글로 정리했을 때 한 편의 논문과 같다고 생각한다. 설교는 원고를 보지 않고 청중과 눈을 맞추면서 시작하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설교 원고는 설교한 이후 완성된다. 설교 준비는 철저히 하되 그 내용은 조직적인 줄거리만 요약, 정리해서 설교단에 가지고 올라간다. 그러나 그것을 보면서 설교하지는 않는다. 설교자에게 끊임없는 수사학의 표현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지혁 목사 목사님은 본문 강해설교와 주제설교 중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시는지요?
김남준 목사 나는 본문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스타일이다. 성경 한 권 전체를 설교로 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내 설교를 진지하게 청취하는 청중이 있는데, 내가 즐겨 하는 방식으로 마태복음을 다 설교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계산을 했다고 한다. 매주 한 번씩 설교할 때 35년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했다. 나는 성경의 짤막한 한두 구절을 선택해 심층·분석하는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의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태복음 5:14a)라는 한 줄을 갖고 하는 설교 속에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지식을 담는다. 한 줄을 묵상하며 교리를 찾아내고, 하나님이 없다고 부인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한다. 어떤 때는 성경의 한 장을 다 설교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고린도전서 13장을 서른세 번에 걸쳐 설교한 적도 있었다. 같은 성경 본문을 연속해서 설교하는 것도 유익하다. 그러나 강해설교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설교가 회중이 가진 고민과 관심사에 대해 적실성 있는 해답을 주기 위해서는 짧은 단락 설교와 주제설교가 적합할 때도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김지혁 목사 마지막으로 설교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남준 목사 설교자가 설교를 잘하려면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할 것이다.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라. 둘째는 열렬하게 기도하라. 셋째는 치열하게 공부하라. 넷째는 교회의 지체로 살아라. 다섯째, 하나님과 모든 사람에게 신실하라. 여전히 설교는 나에게도 어려운데, 설교에 대해 너무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아 부끄럽다. 그저 설교자로서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고, 한 교회의 목회자로서 날마다 몸부림치며 살아갈 뿐이다.


Vol.217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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