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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생간증

연약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

2018년 06월 정형우 성도_ 사랑의교회

강한 죄의식, 훈련으로 부르시다
어느 때부턴가 머릿속에서 죄인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이 내면에서 맴돌았다. 나는 평소 나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지 않았다.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큼 나쁜 짓을 한 적도 없고, 종종 남 몰래 좋은 일도 하고,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웠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 주고 좋아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엔 일상이 너무 바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인정하는 사실이 자꾸 마음을 후볐다.
그러던 중 이전에는 별 감흥도 없고 느낌도 없이 불렀던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라는 찬양을 듣는데, 마음이 요동쳤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순간, 셀 수 없는 나의 죄목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분은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해도 본 모습은 다르네’, ‘언제 봤다고 반말을 할까?’, ‘어디 감히 교회 본당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등 내 멋대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나만의 생각과 사고로 상대를 재단하고 오려내는 것이 습관이 돼 버렸음을 깨달았다. 오만과 자만이 내 안에 가득했다.
죄목들은 갈수록 가관이었다. 심지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죄목들도 생각났다. 내 죄목들이 머릿속에 펼쳐졌을 때,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이 믿어지고 깨달아졌다. 나야말로 사람 좋은 척 점잖은 말투로 치장하며, 가식적인 모습을 가진 교만한 사람이었다. 내가 열거한 죄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저지르는, 익숙해져서 죄인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보실 때 나는 악하고 무용한, 그저 죄악으로 가득한 사람일 뿐인데, 하나님께서는 이런 나를 그분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불러주시고 훈련받아 서게 하셨다. 그렇게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육신의 연약함이 은혜가 되다
은혜 가운데 훈련을 시작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다. 신장이 많이 나빠서 제자훈련 도중 수술을 받아야 했다. 나는 나트륨, 단백질, 칼륨이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니 먹을 게 거의 없었다. 물에 말은 현미밥, 생 파프리카, 어떤 양념도 하지 않은 채소들만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제자훈련 동역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기쁘게 나를 섬겨 줬다. 어디서 모일지 결정할 때도 나를 위해 가까운 곳으로 와 줬다. 심지어 자매가 형제를 차에 태워서 집까지 데려다 주는 호사도 누렸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훈련 도중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결정에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주저 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겠다고 하셨다. 수술을 위해 아버지는 검사를 받으셨다. 플라스틱 관으로 위장과 내장들을 휘저어야 하는 무척 고통스런 검사들이었다. 검사 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 보이는데도, 애써 웃으며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난다. 수술실 앞에 나란히 누워 대기하고 있다가 먼저 수술실로 들어가실 때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데도, 나를 보면서 미소 지으시며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셨다. 미안하고 죄스럽고 감사한 마음들이 교차했다.
어떤 면에서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아버지는 자신의 생살을 찢고 배를 가르고 자신의 장기를 떼어 내어 주신 것일까. 어떻게 그런 결단을 조금의 망설임과 주저함 없이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와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이 평생 받기만 했는데, 아버지는 이제 심지어 자신의 몸의 일부마저 내게 떼어 주셨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이럴 수 있는 걸까? 답은 간단했다. 내가 그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내게 무슨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아버지의 아들이어서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 사명을 발견하다
나는 아버지가 원한 그 무엇도 이뤄 드린 게 없다. 그래도 그분에게 나는 아들이었나 보다. 하나님께서 부족하고 건강도 좋지 않은 나를 선택하셔서 동역자들의 배려와 사랑 속에 그분을 알아 가게 하신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아버지께서는 자격 없는 나를 부르셔서 자녀로 삼으셨다. 내가 받은 복과 은혜들은 내게 그런 자격이 있어서가 아님을, 험난한 제자훈련 과정을 지나며 다시금 깨닫는다.
하나님께서 내게 계획하신 큰 그림을 나는 아직 완전히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버지는 나를 향한 계획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해야 한다. 무너지고 죄에 얼룩지고 더럽혀져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나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내게 계획하신 바대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평신도지도자로서 교회를 섬기는 자리에 서면서 내가 결심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뤄 갈 단 하나의 사명이다.


Vol.225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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