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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 - 분립개척한 교회가 다시 제자훈련의 바통을 이어받자

2018년 10월 오생락 목사_ 하늘평안교회

하나님께서 하늘평안교회에 주신 비전들 가운데 특별히 중요한 두 가지 비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교회를 개척하는 일입니다. 이 두 비전은 2008년 안식월 때 주신 비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5년간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돕는 사역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주최한 개척 교회 목회자 세미나를 시작으로 교파를 초월해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수십 차례 강의로 섬겼습니다. 하지만 한두 시간의 강의만으로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뭔가 허전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011년부터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코칭넷 모임을 시작했고, 매월 코칭넷 모임이 은혜 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직 이뤄 가야 할 또 하나의 비전이 있습니다. 바로 ‘교회 개척’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한국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작은 교회’들이 많이 세워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평안교회를 통해 이 귀한 사역을 이루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2012년부터 주일이 다섯 번 있는 달의 다섯째 주일을 ‘교회개척주일’로 지키며 헌금해 왔습니다. 또한 매월 ‘십일조 헌금의 십일조’를 교회 개척을 위해 적립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가 당장 교회 개척의 비전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사 60:22)는 말씀을 저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교회 개척의 비전’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헌신하는 동역자들이 돼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늘평안교회에 제자훈련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코칭넷 사역을 통해 개척 교회(목회자)를 섬기게 하신 하나님께서 교회 개척의 비전도 반드시 이루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 ‘교회개척주일을 앞두고’(2013년 6월 23일 목회칼럼)


하늘평안교회를 개척한 지 17년째 되던 2008년에 나는 처음으로 3개월의 안식월을 가졌다. 안식월은 지쳐 있던 내게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됐음은 물론이요,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갖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미뤄 왔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고, 교회적으로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일과 교회를 개척하는 일을 하게 했다. 물론 당시에는 이 세 가지 목표와 비전을 이룰 만한 여건과 상황이 아니었다. 적어도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는 그랬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2009년도부터 공부의 길을 열어 주셨고,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사역을 시작하게 하셨다. 2009년에 시작한 공부는 2015년에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의 설교 연구’라는 학위(Ph.D) 논문으로 열매를 맺었고,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사역은 지금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코칭넷 모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회 분립개척의 꿈을 잠시 내려놓다

하지만 교회를 개척하는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용기는 쉽게 나지 않았다. 처음 가는 길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지금 이대로도 좋은데…’, ‘우리 교회보다 큰 교회들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 교회가?’라는 생각들이 그럴 듯한 핑계의 옷을 입고 결단을 자꾸만 미루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2015년 10월쯤 월간 <디사이플>에서 ‘2016년도 버킷 리스트’에 대한 원고 요청이 들어왔다. 며칠 동안 버킷 리스트에 대해 고민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교회 개척에 대한 비전이 꿈틀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2016년도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교회 개척’으로 정하고, 교우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6년 4월 24일에 개최된 ‘교회 개척을 위한 특별제직회’에서 교회를 개척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개척이 연기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공동체의 결정이 하나님의 뜻이라 믿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목회와 제자훈련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하고 성숙한 공동체를 이뤄 한국 교회에 아름답고 선한 영향을 끼치는 동역자들이 되자고 수없이 설교하고 훈련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왕상 19:4)라며 탄식했던 엘리야와 같은 심정이었다.

“개척을 연기시킨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때부터 내 기도는 오직 이 질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하나님께서 혹시 나에게 다시 한 번 교회를 개척하라는 뜻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충격적인 생각이었다. “교회를 또 개척하다니, 그것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8월 중순, 아내의 생일에 나는 내 마음속에 일고 있는 생각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는 “하나님의 뜻이라면 순종해야죠”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반대하리라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아내의 태도에 놀랐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나는 2017년 2월, 분립개척 교회의 담임목사로 파송받기로 결정하고, 당회를 소집해 이 사실을 알렸다. 예상보다 반대가 심했다. 담임목사가 분립개척 교회에 파송되면 하늘평안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하는 장로님들의 고민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분립개척 교회의 담임목사 파송을 접는 것은 내게 또 다른 의미의 ‘내려놓음’이었다. 나는 분명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정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때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이 당시 내게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됐는지 모른다.

“내 아버지 다윗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할 마음이 있었더니 여호와께서 내 아버지 다윗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할 마음이 있으니 이 마음이 네게 있는 것이 좋도다 그러나 너는 그 성전을 건축하지 못할 것이요 네 몸에서 낳을 네 아들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리라”(왕상 8:17~19).


다시 시작한 분립개척 준비와 동역자 모집

이후 하늘평안교회는 7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했던 동역자를 분립개척 교회에 파송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5~6월은 ‘분립개척을 위한 집중적인 기도’, 7~8월은 ‘분립개척 교회에 파송할 동역자 모집’, 9~10월은 ‘훈련 및 파송 단계’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한 동역자들을 모집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분립개척을 계획 중인 교회들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첫째, 분립개척 교회 파송을 신청할 때 중요한 것은 기도다.

둘째, 분립개척 교회에 갈 평신도들은 다른 평신도들과 의논하지 않고, 부부가 함께 기도하며 의논해 신청한다.

셋째, 자녀(특히, 청년부 이상)가 부모와 다른 결정을 할 때는 자녀의 의견을 존중한다.

넷째, 교회 안에 있는 다른 평신도들과 의논하지 않는다.

다섯째, 다른 평신도들에게 개인적으로 권면하지 않는다.

여섯째, 교회가 파송할 평신도지도자를 결정해 선포할 때까지 침묵하며 기도한다.

일곱째, 2년 동안 사역 후 돌아오기를 원하는 평신도지도자들은 2년 후에 최종적인 결정을 한다.

여덟째, 교회 등록 2년 미만 평신도지도자는 파송하지 않는다.

아홉째, 분립개척 교회 파송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교회의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이 같은 원칙들을 세운 것은 분립개척 교회에 평신도지도자를 파송할 때 혹시라도 사탄이 틈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막상 파송 평신도지도자 신청을 마감하고 보니 청장년 36이 신청했다. 목표했던 50명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파송 동역자 모집 기간을 한 달 연장해 청장년 54명을 포함한 총 62명의 동역자들을 분립개척 교회에 파송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분립개척을 하고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분립개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섣부른 것은 아닌가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포함한 몇 가지 정리를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분립개척 교회에 대한 조언

첫째, 담임목사의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2008년부터 이 비전을 품고 기도해 왔지만 막상 분립개척을 하려 했을 때는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다. 만약 분립개척이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분립개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둘째, 비전을 평신도지도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담임목사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좋은 비전을 갖고 있다 해도 동역자들과 공유되지 않은 비전은 오히려 교회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나는 2008년 이후 분립개척의 비전을 평신도지도자들과 공유해 왔다. 설교와 제자훈련을 통해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비전과 교회를 개척하는 비전의 중요성을 수없이 나눴다. 평신도지도자들 또한 이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제직회에서 연기된 것을 보면,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 왜 분립개척 교회를 하려고 하는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만약 분립개척을 하려고 하는 이유와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자기 이름을 내고자 하는 바벨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분립개척을 준비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 항상 스스로 질문하며 점검했다. 그리고 평신도지도자들에게도 분립개척을 자랑거리로 삼지 않도록 당부했다.

넷째, 방법이 지혜로워야 한다. 먼저 분립개척 교회로 파송할 목회자 선정이 중요하다. 모두가 공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립개척 교회로 파송된 목회자는 하늘평안교회에서 7년 가까이 동역했던 분이다. 평신도지도자들과 함께 제자훈련을 받았고, 직접 인도(청년부)한 경험도 있다. 이처럼 분립개척 교회 담임목사로 파송하기에 적절한 분을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는 분립개척 교회에 파송할 동역자들을 선정하는 과정과 방법이 중요하다. 자칫 분립개척이 아니라 분열 개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평안교회는 철저하게 ‘신청자’들을 파송한다는 원칙을 세운 후, 개척 교회에 대한 사명이 있는 동역자, 작은 공동체를 선호하는 동역자, 선교사와 같은 마음으로 개척 교회를 섬기기 원하는 동역자,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되기를 원하는 동역자, 일평생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결단을 내리고 싶은 동역자 등 몇 가지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


분립개척 이후 나는 하늘평안교회 평신도지도자들에게 분립개척을 빌미(?)로 우리 교회를 부흥시켜 달라거나 축복해 주십사 기도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분립개척으로 인한 출석 인원 감소, 사역자 감소, 재정 감소 등을 감사함으로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며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세 가지를 더 이상 감수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한다. 다만, 재정 부족을 이유로 분립개척을 연기시킨 우리 교회를 향해 뭔가 깨닫게 하시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나는 분립개척을 계획하는 교회가 있다면 똑같이 조언하고 싶다. 분립개척을 핑계(?)로 하나님의 더 많은 은혜와 복을 구하는 것은 결코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말이다.

지난 7월 첫 주일 오후에 분립개척 교회인 하늘소망교회 성도들을 초청해 연합예배를 드렸다. 초청받은 하늘소망교회 동역자들 가운데에는 전도를 통해 등록한 새로운 분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을 본 기쁨과 감격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하늘평안교회는 하늘소망교회가 제자훈련 DNA를 갖고, 성숙한 공동체로 세워지게 해 달라고 항상 기도한다. 우리는 믿는다. ‘한 사람 철학’으로 세워진 하늘소망교회가 언젠가 분립개척의 아름다운 바통(baton)을 이어받는 날이 오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밤은 깊어 가는 데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년 전 이맘때에도 오늘처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유가 다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 그리고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비전이 잠을 잊게 만들고 있다. 한밤중에 기도하고 찬송했던 빌립보 감옥의 바울과 실라도 지금의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오생락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설교학으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하늘평안교회 담임목사와 강원 CAL-NET 대표로 섬기고 있다.


Vol.228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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