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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 - 제자훈련 인도하며 사모의 정체성을 회복하다

2018년 11월 조금란 사모_ 하늘평안교회

“당신은 제자훈련 체질이야”

집을 나서며 바라본 아침 하늘이 참으로 파랗고 아름답다. 나는 오늘도 어깨에 한가득 가방을 짊어지고 제자훈련생들을 만나러 간다.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30분은 내게 가장 행복하고 귀한 시간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제자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동시에 제자훈련 인도를 위한 도우심도 구한다. 

제자훈련 사역을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째다. 2012년 당시 지방회장(노회장)의 직책을 수행하느라 훈련을 혼자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남편이 어느 날 내게 여성 제자반 인도를 권유했다. 부담스러운 권유였지만, 평소 CAL-NET 모임을 통해 제자훈련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는 선배 사모님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제자반 인도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남편이 인도하는 제자반에 들어가 참관을 했다. 훈련생을 향한 남편의 질문을 책에 적고, 남편의 말투와 표정, 심지어는 구사하는 유머까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 때는 적절한 유머로, 분위기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될 때는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예리한 질문으로 제자반을 인도하는 남편의 모습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Maestro)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겨우 용기를 내서 참석했던 제자반 참관은 내게 오히려 커다란 고민과 숙제만 안겨 주고 말았다. ‘내가 과연 남편처럼 제자반을 인도할 수 있을까?’ ‘제자반을 인도하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훈련생들이 담임목사에게 훈련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섭섭해 하는 건 아닐까?’ 복잡한 생각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자반을 인도하기로 한 결정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남편의 권유와 격려를 뿌리칠 수 없었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자반 인도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제자반을 시작하면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제자반은 내게 마치 숙명과도 같다는 점이다. 제자반을 위해 기도하고, 제자반 동역자들을 훈련하며, 수료한 제자반 동역자들과 정기적인 교제를 나누면서 나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그들의 기쁨은 곧 내 기쁨이었고, 그들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었으며, 그들의 기도제목은 나의 가장 중요한 기도제목이 됐다. 제자반을 마치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이 행복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당신은 제자훈련 체질이야”라며 격려해 줬다. 비록 월급(?)도 없이 하는 사역이었지만 월급 받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아니, 월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감사한 사역인지도 모르겠다. 


영적 교사로서 정체성 회복

물론 제자반을 인도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탓에 신학적으로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기도 했고, 훈련생들과의 대화 속에서 본질적인 답변을 끌어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또한 간혹 훈련생들의 변화와 성숙이 더디게 느껴질 때는 회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큰 절망과 좌절감을 느낄 때는 따로 있었다. 제자반 인도자인데도 여전히 변화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였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 앞에서는 물론이요, 제자반 동역자들 앞에 서는 것이 참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나를 들어 사용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제자훈련의 장애물과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는 중요한 모임이 있다. 바로 CAL-NET 포럼이다. CAL-NET 포럼에 참석해 사모님들과 교제를 나누다 보면 지쳤던 마음이 회복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사역을 감당하시는 사모님들을 통해 도전을 받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선배 사모님들의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은 높은 장벽도 거뜬히 넘어설 힘을 준다. 그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나름 정리한 생각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과 ‘나는 단지 주님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고, 나의 부족함까지도 주님께서 도우시기를 기도하며 제자반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벽마다 제자반 동역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내 연약함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간절히 구한다. 

이렇게 제자훈련을 감당하자 교회 안에서 내 역할과 위치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교회를 개척하고 10여 년 동안 남편을 내조하는 것과 함께 교회 청소, 식사 준비, 설거지 등이 내 주된 사역이었다. 이 같은 사역들이 참으로 의미 있고 소중하지만 이 안에서 사모로서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반 사역을 시작한 이후 ‘담임목사의 아내’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교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성도들을 돌보고, 양육하며, 훈련하는 영적인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됐다.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임직식 중에 장로장립을 하신 동역자 한 분의 답사 가운데, 내 마음을 감동시킨 말이 있다. “저희는 하늘평안교회에서 섬김을 몸소 실천하시며 무엇보다 말씀으로 한 영혼을 살리려 혼신을 다하시는 오생락 목사님과 조금란 사모님을 통해 섬김을 배웠고 약하고 소외된 자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임직식에 많이 참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답사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담임목사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들의 각오와 결심을 피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상례(常例)인데, 사모에게까지 감사를 표현하는 말을 듣자 가슴이 울컥했다. 제자훈련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영적 권위까지 인정해 준 귀한 사역임이 틀림없다. 


동지애로 뭉친 제자반

나는 현재 제22기 낮 여성 제자반을 인도하고 있다. 인원은 적지만, 매우 특별한 제자반이다. 제22기 훈련생 중에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동역자가 있다. 그분은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찬양대에서 신실하게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찬양집을 들고 찬양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매주 찬양대에 설 때마다 찬양을 암기해 부른다. 그분이 내게 제자훈련을 받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해 왔을 때 잠시 당황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활동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 후 기도하는 가운데 훈련생으로 받기를 수락했다. 지금 그분은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교재를 예습할 때 한 글자씩 자판기를 두들겨 출력하면, 남편이 오려서 교재에 붙여 주고, 암송 시험은 손으로 글자를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동역자들과 떨어진 장소에서 구술시험으로 대신하고 있다. 또 훈련 시간에는 훈련생들이 번갈아 가면서 친절하게 도와준다. 간식을 먹여 주고, 교재의 책장을 넘겨 주며, 훈련 후에는 밥을 먹여 주는 등 매우 돈독한 동지애가 싹트고 있다. 엠티를 떠날 때는 승합차를 타야 하는데, 턱이 높아서 탈 수 없는 것을 배려해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일을 함께 헤쳐나감으로써 우리 제자반은 보이지 않는 장벽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다음은 제22기 동역자들의 고백이다. 



김명정

사모님과 함께하는 제자훈련을 통해 영적인 에너지와 힘을 얻습니다. 사모이기 전에 같은 여성으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삶의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 편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탁월한 바느질 솜씨로 파우치(pouch)와 제자반용 가방을 선물해 주셔서 들고 다니는데, 이는 사모님이 인도하시는 제자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모님은 똑같은 말씀이라도 평신도의 입장에서 쉽게 설명해 주셔서 어려운 제자훈련 교재를 쉽고 은혜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윤승민

사모님과의 제자훈련은 믿음의 좋은 선배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나눔을 통해 고민과 아픔을 토로하면 엄마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십니다. 때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수정해 주시기도 하고, 간증을 통해 진정한 믿음의 삶에 대해 깨닫게 해 주십니다. 항상 즐겁고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사모님으로 인해 우리 제자반은 덩달아 즐겁고 행복합니다. 기쁨으로 제자반 사역을 감당하시는 사모님께 하나님의 은혜와 평안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우리 사모님 멋집니다. 파이팅! 


홍승주

저는 하늘평안교회 27년의 역사 가운데 무려 24년을 함께한 늦깎이 훈련생입니다. 올해 초 제자반 모집 광고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제자훈련을 받는 것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사모님이 인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신청했습니다. 사모님의 영적 지도를 받는 것은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것보다 훨씬 덜 부담스럽게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비록 예습, 암송, 과제물 등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매주 제자훈련 시간을 사모하며 기다립니다. 


황미정

제자훈련의 가장 큰 유익은 말씀을 묵상하고 암송하는 것입니다. 훈련을 받을 때 제 사정을 세밀하게 파악하시고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며,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모님과 함께해 행복하고 든든합니다. 또 제자반 동역자들의 배려와 섬김, 기도를 힘입어 훈련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통해 도전받고 힘이 된다고 격려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를 살리고 헌신하게 한 제자훈련

나는 하늘평안교회에서 제자훈련 1기생으로 제자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제자훈련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오는 남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남편의 가장 든든한 동역자가 돼 함께 제자훈련 사역을 감당하고 있고, 이것이 교회를 살리고 나아가 나 자신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평안교회 동역자들이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기꺼이 사역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제자훈련을 통해 얻는 축복이 참으로 큼을 느끼게 된다.   

나는 제자반 사역 외에도 교회에서 새가족반을 섬기고 있고, 좋은 부모 되기 세미나, 결혼예비학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재봉이 취미이기에 훈련생을 위해 가방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생일 등의 특별한 날에는 훈련생들에게 작은 소품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훈련 때마다 그 가방에 책을 잔뜩 넣어 가지고 오는 훈련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작년 10월 하늘평안교회가 하늘소망교회를 분립개척할 때는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은 마음의 감동이 있어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했다. 약 200만 원의 헌금을 개척 헌금으로 기쁘게 드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재봉 취미반을 모집해 금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시작한 재봉 취미반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얻는 보너스 같다. 

큰아들이 중학생 때 선교사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무너진 가슴을 안고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 제 아이만큼은 절대로 이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힘든 길은 우리로 족하지 않습니까”라고 하면서 말이다. 교회 개척 이후 너무 가난했고, 외로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돌아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훈련 방법이었다. 

관계의 어려움을 통해 나의 미숙함을 발견하게 하셨고, 물질의 궁핍을 통해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하셨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져, 아들이 선교사의 길을 간다는 생각만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그 아들이 지금은 잘 자라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반 대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이 어느 날 신학대학원에 가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마음이 참 기뻤다. 물론 아들이 걸어갈 길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것 또한 믿기에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다. 

하늘평안교회는 제자훈련을 받은 동역자들의 기수별 후속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있다. 모든 기수가 매번 모임을 갖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훈련 이후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기도제목과 식탁교제를 나누며 서로를 위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훈련하는 기술이나 방법은 내가 남편을 따라갈 수 없지만 훈련생을 향한 사랑과 기도, 특별히 후속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만큼은 남편 못지않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교회 사역의 버팀목이 된 훈련

너무 바쁜 남편을 위해 잠시 짐을 나누겠다는 심정으로 할 수 없이 시작했던 제자훈련 사역을 지금은 ‘만약 이 사역을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다. 제자훈련을 통해 얻는 유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제자훈련은 한 주간의 내 사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훈련생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훈련을 통해 얻는 유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하늘평안교회는 얼마 전 창립 제27주년을 맞았다.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로운 순간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버티고 이길 수 있게 해 줬던 가장 큰 힘이 바로 제자훈련이었다. 또 훈련을 인도하며 매주 내게도 동일한 것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나 역시 지금은 누구보다 기쁘고 즐겁게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춘천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가을이다. 낙엽을 머금고 흘러가는 맑은 호수와 단풍으로 붉게 물든 채 병풍처럼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 그리고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크고 놀라우신 은혜를 허락하신 주님을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고, 사명을 다하는 그 날까지 주님을 위해, 하늘평안교회를 위해, 동역자들을 위해 겸손하고 진실하게 섬기는 사람이 되자고 춘천의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되뇐다.








조금란 사모는 하늘평안교회 오생락 목사의 사모이며, 2011년 CAL세미나를 수료했다. 교회에서 여성 제자반을 인도하고 있으며, 성도들 사이에서는 에너자이저로 불리고 있다.

Vol.229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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