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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성도

제자훈련을 통해 주신 승리의 면류관

2019년 10월 김창환 목사_ 춘천 온누리교회

목회자보다 인내와 사랑을 더 잘 실천한 집사들

“목사님~ 헌금 관리하시던 000 장로님이 몰래 이사를 갔대요!” 20년 전 교회 재정 1억 원을 갖고 몰래 이사를 간 장로님이 있었다. 처음에 그분은 아무 직분도 필요 없고 조용히 섬기기만 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분이 직분자가 된 후 교회당을 건축해야 교회가 크게 부흥할 수 있다고 하면서 성도들을 부추겼다. 당시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나는 당황했지만, 제직회 때 그 장로님이 옳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건축 부지를 준비하게 됐고, 교회 건축 경험도 있었던 그분께 헌금 관리를 맡겼다. 얼마 후 그분이 헌금 통장과 도장을 반납하지 않고 몰래 어디론가 이사를 갔다. 

큰일 났다 싶어 행방을 알아보고 헌금 반납을 요구하니 6개월이 지나서야 반은 입금하고, 나머지 반에 대해서는 주겠다고 약속한 날짜를 계속 어겼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소송을 해서라도 돌려받으려 하니 한 집사님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기다린 김에 기도하며 좀 더 기다려 보시지요. 목사님이 제자훈련 하실 때 교회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다 보면 하나님께서 선으로 갚아 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는 머쓱하게 “그렇긴 하지만 하나님과 성도님들에게 너무 죄송해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집사님은 내게 “목사님, 염려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안심시켜 줬다.

집사님들과 이야기한 후 얼마 안 돼 나머지 돈이 입금됐다. 몇 년 후 장로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숨을 거두시기 전에 내가 보고 싶다고 하셨단다. 나는 부끄러웠다. 법적으로 소송해서 해결하려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제자훈련을 인도한 나보다 제자훈련을 받은 집사님과 훈련생들이 인내와 사랑을 더 잘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이 면류관처럼 느껴졌다.  


훈련받은 대로 살아가는 제자들

20년 동안 성도들을 양육하고 제자훈련을 해 오며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계수할 여유도 없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반, 오전반, 오후반, 저녁반으로 이어지는 훈련은 쉴 틈이 없었고, 안식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와 함께 동역하느라 온갖 수고를 다한 아내가 병들어 입원하며, 아프다고 눈물을 흘릴 때에야 두어 달 쉬는 시간을 갖고 가족 여행을 했다.  

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오니 성도들이 교회당 건축을 하자고 했다. 마치 내가 돌아오면 말하기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장로님들을 비롯한 성도들이 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사 놓은 부지보다 더 넓은 부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따라 부지구입위원회를 조직했다. 4,300평의 부지를 계약하는 날, 장로님들과 함께 부동산 중개소로 갔다.

땅 주인은 선임장로님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때 선임장로님이 갑자기 “우리는 배운 대로 합니다”라고 선포했다.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묻자, “아 글쎄, 사장님(땅 주인)이 다운 계약서를 써서 계약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답하셨다.“그럼요. 그러면 안 되지요.” 땅 주인은 다운 계약서를 쓰면 세금을 덜 내게 되니, 서로 좋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

다운 계약서를 거절하자 땅 주인은 의아해하면서 “뭘 배웠기에 배운 대로 하겠다는 말이지요?” 하고 물었다. 선임장로님은 “그 제의를 못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목사님께 그렇게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냥 눈 감고 받아들이시면 1~2억 원을 벌 수 있는데, 아무리 교회지만 왜 그러십니까?” 땅 주인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연신 아쉬워하며, 실거래 가격이 적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3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나오는데 ‘만약 계약서를 작성할 때, 다운 계약서로 작성했어도 당시 법을 어긴 것은 아닌데… 땅 주인 말대로 했으면 세금은 반만 내도 되는데… 아깝지?’라는 마귀의 음성이 들렸다. 성도들은 배운 대로 산다고 하는데 목사가 추잡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떨쳐 버렸다. 그리고 올려다본 하늘은 더욱 맑았다. 내 마음도 공중에 둥실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 같았다. “하나님, 우리 성도들 멋지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라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우리는 배운 대로 합니다!”라고 말하던 장로님의 음성이 귓전에 울렸다. 


정직하게 살도록 응원하는 성도들

어느 날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시청 세정과의 000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목사님, 지금 사시는 곳이 00아파트 맞나요? 주거지 조사를 하다 목사님이 00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행법은 교회가 담임목사 사택으로 사용할 한 채만 비과세로 구입할 수 있어, 교회 명의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고 취득세를 면제받았다. 그 아파트에는 부목사를 살게 하고, 나는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이주했다. 담임목사가 반드시 사택에 살아야 하는데 부목사가 살고 있으니, 비과세가 해제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지만 어차피 한 채는 법적으로 비과세이고, 부목사도 같은 교회 목회자인데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아니에요. 반드시 담임목사님이 거주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물을 때 ‘예’라고 답하시면 세금을 안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갈등이 됐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430만 원의 세금 고지서를 받고 납부했다.

설교 시간에 세금 낸 이야기를 언급했다. 성도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예배를 마치고 인사할 때 “목사님, 잘하셨어요”, “온누리교회다워요”, “목사님이 그렇게 결정해서 감사해요” 등의 격려를 받았다. 

훈련의 여파는 성도들이 이익 앞에서 유혹하는 욕심과 욕망을 자제하고 어떻게 정직을 나타내는가로 가늠된다. 

“사람의 행위가 자기 보기에는 모두 정직하여도 여호와는 마음을 감찰하시느니라”(잠 21:2).   

 

지역 교회와 연합하고 화목케 하는 교회

교회를 개척하면서 목적을 분명히 했다. 만인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자. 그리고 성경 중심적이며 선교 지향적인 교회를 만들자. 그런데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다른 데 눈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성도들을 훈련하는 데에 하루 24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제자훈련 하는 목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역 교회와의 연합과 공동 사역에 참여하지 않고, 내 교회만 중요시하는 것이다. 교회가 부흥하고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회자의 책무요, 사명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교회주의자가 되라고 하지 않으셨다. 세상에 펼쳐질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라고 하셨다.

교회주의를 방지하기 위해 나는 개척 초기 때부터 연합 사역에 열심히 참석했다. 다른 목회자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감투와 명예에 관심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성도들에게도 춘천기독교연합과 성시화운동, NGO 사역, 학생선교단체 사역, 해외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권고했다. 우리 교회에 선교단체 간사와 이사로 헌신하는 성도들이 많은 것은 이 같은 내 사역 철학 때문이다.

춘천지역 연합예배가 있으면 훈련을 중단하고 성도들을 참여시킨다. 연합 사역을 위해 후원하며 격려한다. 제자훈련을 받은 성도들을 통해 지금까지 좋은 목회자로 성장한 부목사님들을 파송해 세 곳에 교회를 개척하고, 국내외 전도와 선교의 균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역 전도와 해외 선교는 훈련받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세워 성숙하게 잘 감당하고 있다.  


어떤 목회자들을 만나면 교회 개척, 건축, 모이는 숫자, 땅 준비를 간증한다. 그런 이들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목사님이 훈련시킨 예수님의 제자들은 얼마나 있습니까?”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내가 예수님의 제자가 됐다면, 나와 같은 제자를 양육하고 세우며 만들어야 한다. 개교회주의, 폐쇄적 교회는 앞, 뒷집에 살면서도 인사도 안 하고 교제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온누리교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자훈련을 하며, 지역 교회들과 연합하고, 예수님의 제자를 세워 세상과 하나님이 화목케 하는 일을 이어 갈 것이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Vol.239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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